자전거 여행에서 짐을 적재하기 위한 선택지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전거에 패니어 백 등의 수납용 가방을 장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짐을 적재할 카고트레일러 등을 장착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간단히 살펴보자.
1. 패니어백 등의 가방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가방으로는 패니어 백, 핸들바 백, 새들 백, 프레임 백 등이 있다. 보통 패니어 백과 핸들바 백을 많이 사용한다.
패니어 백은 앞바퀴나 뒷바퀴의 양 옆에 장착하는 가방으로 장착을 위해서는 랙(앞바퀴 - 프론트랙, 뒷바퀴 - 리어랙)이 필요하다. 패니어 백은 다른 가방에 비해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한 편이고 일반적으로 랙과의 호환성이 좋은 편이다. 즉, 대부분의 패니어 백은 대부분의 랙에 장착이 가능하다. 패니어 백을 사용할 때에는 좌우에 적재된 짐의 무게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프론트 패니어와 리어 패니어의 무게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게 균형은 라이딩과 여러가지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꼭 고려해서 짐을 싣도록 하자.
핸들바 백은 핸들바에 장착하는 가방으로 일반적으로 장착에 필요한 마운트가 함께 제공된다. 핸들바 백은 장착하는 위치가 손의 위치에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자주 꺼내야 하는 짐들을 보관하기에 적당하다.
자전거의 프레임에 장착하는 프레임 백의 경우에는 장착하는 위치나 크기, 모양 등이 다양하다. 장착하려는 자전거의 프레임과 가방의 크기, 장착 방식 등이 맞아 떨어져야 장착이 가능하다. 프레임이 모양이 일반적인 형태일수록 장착 가능한 가방의 범위가 넓어진다.
리어랙 상단에 장착하는 트렁크 백의 경우에는 랙과 가방의 호환성이나 가방 장착용 어댑터의 필요유무 등을 고려해야 한다. ORTLIEB은 일반적인 랙에 장착 가능한 시스템(Rack Lock System)을 사용하고 있지만, Topeak(QuickTrack System)의 경우 호환성이 떨어져 랙과 가방 모두 Topeak의 제품이거나 가방에 Topeak의 어댑터(Fixer 6)를 장착해야 적절한 사용이 가능하다. racktime의 리어랙 역시 가방에 racktime의 장착 어댑터(Snapit)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면 어댑터를 장착해야 적절한 사용이 가능하다.
2. 트레일러
트레일러는 짐을 적재할 수 있는 독립된 프레임으로 보통 하나 또는 두 개의 바퀴를 가지고 있다. 패니어 백 등에 비해 적재할 수 있는 짐의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무게와 부피 등이 단점이 될 수 있겠다. 보통 패니어 백 등의 가방으로도 충분히 짐을 적재할 수 있다면 굳이 트레일러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가방만으로 용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 비로소 트레일러를 고려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6~8개월의 장기(물론 중간에 끊어지기도 했고 순수 여행 기간은 75일이 되어버렸다.) 프로젝트인 데다가 캠핑 등을 계획하다 보니 짐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기타(Guitar)까지 들고 다녔기 때문에 트레일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처음 사용했던 리어랙이 Topeak의 MTX BeamRack이었기 때문에 Topeak의 제품들이 익숙했고 트레일러 역시 Topeak의 Journey Trailer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여행 중 몇 번의 비행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하물 패킹에 다소 불편함이 있어서 Journey Trailer는 포기하고 Burley의 제품들로 눈을 돌렸다. Burley의 트레일러들은 도구 없이 바퀴를 분리할 수도 있고 트레일러를 접어 적은 부피로 패킹할 수 있다.
이름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Nomad!!! 프로젝트와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컬러도 나의 범블비와 깔맞춤!!! 가격 외에는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트레일러다. 하지만 판매처에 문의해 본 결과 나의 범블비에는 설치가 안된다고, QR방식의 바퀴에만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봐서는 너트식 바퀴에도 충분히 설치가 가능해 보였는데 판매처의 답변에 덥석 구매할 수는 없었다. 범블비의 바퀴가 20인치라 트레일러의 체결 위치가 마음에 걸렸는데 차라리 잘 됐다 생각하고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Burley의 Travoy이다.
디자인이 다소 장보기 카트스럽긴 하지만 짐을 어떻게 적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쁘게 보일 수 있다. 부피를 줄이면 패킹하기에도 편리하고 간단히 자전거에서 분리해서 캐리어처럼 끌고다닐 수도 있다. 무게도 4kg 정도로 다른 트레일러(Journey Trailer 드라이백 포함 6.45kg, Nomad 6.5kg)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물론 가벼운 만큼 적재가능용량(Journey Trailer 드라이백 포함 32kg, Nomad 45kg)도 27kg로 비교적 적다.
장착 가능한 가방도 다양하고 방수커버 악세사리도 있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1.5배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도심에서 이용하기에는 위 사진의 여자처럼 깔끔하게 장착가능한 가방을 이용하는게 어울리지만, 자전거 여행이라면 위 사진의 남자처럼 패킹하는 것이 여행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다만 하단의 짐이 바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위 사진의 남자도 나무판으로 짐이 바퀴에 닿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다.(Travoy Wheel Guards 악세사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끌고 다니다가 베트남에서 한 번, 일본에서 한 번 바퀴를 고장내고 말았다.(바퀴 고장이 짐과의 마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베트남에서도 일본에서도 고장 나기 전에 접촉사고로 트레일러가 엎어지는 일이 몇 번 있었다. ㅠㅠ) Burley 한국 딜러에게 문의해보니 스패어 바퀴 하나의 가격은 77,000원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다행히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3,500원으로 수리를 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적당한 수리점을 찾을 수 없어 여행 일정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현재는 직접 베어링 구매해서 자가수리 중이다.)
3. 장단점
패니어 백, 핸들바 백 등의 장점은 트레일러에 비해 가볍다는 점과 브랜드나 디자인, 가격의 선택 폭이 넓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은 다소 비싸지만, 저렴한 패니어 백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단점으로는 자전거에 직접 장착하기 때문에 무게 균형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 트레일러에 비해 적재할 수 있는 짐의 부피가 적다는 점 등이 있다.
트레일러의 장점은 많은 양의 짐을 적재할 수 있다는 점과 자전거에 유연하게 장착되므로 자전거의 균형에 비교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점으로는 역시 무겁다는 것을 가장 큰 단점이라 해야겠다. 가격도 패니어 백과 달리 저렴한 제품이 거의 없다.(그나마 "비교적"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은 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것 같다.) 또 차체가 길어지기 때문에 좁은 길의 커브 등에서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