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동생 두 녀석과 순천으로 출사 여행을 가기로 한 날. 순천만정원과 자연생태공원, 순천만 낙조, 화포 일출, 낙안읍성 민속마을 등을 돌아볼 계획이다. 순천만정원은 시기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눈만 쌓여 있다면 멋진 풍경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주일 전부터 날씨를 계속 확인했는데 주말에 눈이 온다는 예보가 막상 주말이 되어서는 눈 안 옴으로 바뀌어서 조금은 불안하다.

 영등포역에서 동생들과 만났다.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보여주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이는 왜소한 크리스마스트리. 6시 38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15분가량 지연되었다. 편의점에 들려 간식거리를 사들고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먹기 시작한다.

 기차는 아직 출발 전이다. 표정으로 봐서는 편의점 김밥 맛이 상당한 것 같다.

 서울을 벗어나자 눈 쌓인 풍경이 펼쳐진다. 눈도 펑펑 쏟아진다. 왠지 눈 쌓인 순천만정원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기차 안에서 창밖의 설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괜찮다. 하지만 남원역이 가까워지면서 창밖을 채우고 있던 흰색들이 점점 사라져갔다. 불안한 마음으로 11시 30분쯤 순천역에 도착. 순천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었다. T T

 (순천역을 나와 왼쪽 100m 거리, 내일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금강산도 식후경"에서) 해장국(7,000원)과 뚝불(7,000원)로 아쉬움을 달랬다.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음. 이곳에서 숙박하는 경우 할인이 된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순천만정원으로 이동. 택시기사는 이동 중 관광지 안내와 택시 홍보 등을 열심히 했다. "셋이면 버스보다 택시가 좋다. 넷이면 버스 타는 게 택시 타는 것보다 손해다.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이르는 관광 경로는 이렇다." 대부분 유용한 정보라 귀담아들었다. 지방에서 버스 이용은 불편한 점이 많다. 배차 간격도 길고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대도시에 비해 틀린 정보가 많은 것 같다. 순천역에서 순천만정원 동문까지 택시요금으로 3,600원이 들었다.

 순천만정원 입장료는 성인 5,000원이고 순천만자연생태공원 관람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두 곳 중 한 곳만 관람하는 티켓은 따로 없다. 택시기사 말로는 내년에 두 곳 티켓을 분리한다고도 한다. 장기기증등록자는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부담 없이 관람했다.

 겨울이라 은근히 눈 내린 풍경을 기대하고 왔는데 눈은 고사하고 구름 때문에 파란 하늘도 못 봐서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야생동물원에서 귀여운 기니피그 봐서 좋았다. 물범, 토끼, 거북이, 미어캣 등도 있다.

 순천만정원에서 자연생태공원으로 이동할 때에는 동천을 따라 달리는 "스카이 큐브"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매주 월요일은 정기 점검일이라 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을 월요일이다. 점검 운행하는 걸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아쉽게 택시로 자연생태공원으로 이동(5,500원).

 자연생태공원 앞에는 식당과 펜션들이 모여 있고, 커피숍과 편의점 등이 있다.

 먼저 숙소(순천만도요새펜션민박)에 들려 짐을 풀고 자연생태공원에 들어갔다. 갈대밭이 엄청나다. 사방이 다 갈대인데 사진 배경으로 아주 좋다. 파란 하늘만 있으면 사진 찍기에 완벽할 것 같다. 

 하지만 순천은 따뜻해서 눈도 없고 하늘엔 구름 뿐인 곳이다. T T

 그래도 좋단다.

 갈대밭을 지나서 용산 전망대로 향한다. 생각한 것보다 거리가 꽤 된다. 산길로 오르는 지점 기준 전망대까지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 중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는 경사가 완만하고 다른 하나는 경사가 급한 지름길이다. 이 지름길의 이름이 "다리 아픈 길"인데 돌아오는 길에 걸어본 결과 완벽한 이름인 것 같다.

 중간중간에 벤치가 있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래도 힘들다...

 드디어 전망대 도착.

 구름 때문에 그 유명한 순천만 낙조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단체사진 한 방!!!

 돌아오는 길에 동쪽 하늘은 구름이 조금 걷혔다.

 자연생태공원 관람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만찬이라 할 수 있는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보통의 관광지들이 그렇듯 식당들 메뉴가 비슷하다. 이 동네는 꼬막정식과 짱뚱어탕이 대부분이다.

 짱뚱어탕 10,000원, 간장게장이 포함된 꼬막정식 13,000원-1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맛은 매우 좋았다. 푸짐해서 다 먹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짱뚱어탕도 그렇게 맛있다는데 다음엔 꼭 먹어봐야겠다. 순천만 앞에 식당이 많은 편은 아닌데, 숙소에서 권해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숙소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다. 또 내일로 여행 시 할인이 되는 식당도 있다. 맛이야 별 차이 없을 것 같으니 이왕이면 경제적인 게 좋지 않겠는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로 했는데, 이것이 소맥으로 이어졌고 누군가는 새벽에 화장실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침 일찍 화포해변에서 일출을 보려던 계획은 이렇게 물거품이 된다.


 아침식사가 9시에 배달된 덕분에 9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일출 촬영은 이미 없었던 일이 되었다. 숙소에서 추천해준 배달 식사는 밥이 차지고 양이 많았을 뿐, 찬도 별로인데다가 가격은 다소 비쌌다. 숙소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길래 별생각 없이 주문했었는데, 배달 식사를 하려면 찬이 어떻게 나오는지 미리 알아보는 게 좋겠다.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씻고 버스를 타러 나왔다.

 서편마을 버스 정류장. 낙안읍성 민속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가 한참 동안 오지 않아 계획을 바꿔서 택시로 드라마세트장에 가기로 한다. 콜택시 기사는 이전 기사들과 달리 무뚝뚝했고 운전도 과격했다. 드라마세트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두 명이나 멀미가 났다. 택시비는 10,000원이 조금 넘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인데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했다. 이건 전혀 좋지 않았다. 서울 달동네 세트장을 제외하고 순천읍 세트장과 서울 변두리 세트장은 공사로 인해 구경을 못 했다. 드라마세트장 역시 장기기증등록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사실 장기기증자가 어떤 사회적 혜택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기증등록을 활성화한다는 계산적인 면을 고려치 않는다 해도 이러한 행동에 자그마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다. 현재 이러한 조례가 시행되는 곳은 순천뿐인 것 같다. 순천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울도 이랬으면 좋겠다. 원순누나한테 건의해봐야겠다.

 한동안 달동네에 살고 싶어서 알아보고 그랬었는데, 오랜만에 달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료 관람도 가능하겠다 다음 순천 여행 때에도 다시 와야겠다.

 드라마세트장 관람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죽도봉 공원에 잠시 들렸다. 팔각정 전망대에서는 순천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관광차 가기엔 딱히 매력은 없지만 둘레길이 있어 연인과 잠시 걷기엔 괜찮은 것 같다. 공원을 내려와 동천을 따라 조금 돌아서 도보로 순천역으로 향했다.

 순천역 앞 국밥집. 이번 순천 여행을 순대국밥(7,000원)으로 마무리하고 기차를 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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